2010년 3월 24일 수요일

The Bubble(2006) 감상기

The Bubble (2006)

Yossi & Jagger (2002)가 처음 세상의 이목을 끈 지 벌써 10년 가까이 되어 간다는 게 참 놀라울 뿐이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흘렀던가... 이번 The Bubble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저 영화를 복습해야 하나 생각도 했었는데, 사실 개인적으로 신파적인 요소를 그리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질질 짜게 만드는 여화는 참 피곤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Yossi & Jagger는 다시 보지는 않기로 결정했다. 본 지 오래 되어 잘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저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었다고만 기억이 난다. 이 정도면 사실 복습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영화는 '그저 사랑 이야기'라 말하기엔 내 가슴 속에서 뭔가 응어리진 것이 너무 크다. 단순히 '사랑'이 이 영화의 주제라고 말하기엔 그 쪽 동네의 사정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일까? 하긴. 시오니즘과 이스라엘의 군사문제 등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자동적으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내가 아니던가! 이런 식의 영화를 보면 '너네가 지금 사랑타령 영화를 찍을 때니? 이 나치보다 더한 히브리 XX 같으니라고!' 라는 말이 그냥 목구멍 윗부분까지 치밀어오르는데 어떻게 그들의 사랑을 보며 눈물을 흘릴 수 있겠냔 말이다. (사실... 조금 눈물을 흘리긴 했다...)

이렇게 생각한 것이 나뿐만이 아니었다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일 것이고, 이 감독도 그런 오명에서 벗어나 '나도 원래 좀 쿨하고 좌파적인 놈이야'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는지, '요시와 자거'의 복제판이자 좀 더 이스라엘의 정치적인 면을 곁들인 The Bubble (2006)을 내놓게 된다. 같은 감독에 같은 작가... 심지어 요시 역의 배우는 다시 비슷한 역할로 재등장하며, '자거' 역할이 팔레스타인 게이로 바뀐 것 뿐.

내 첫 반응: '어휴... 뻔해'. 이러면서 또 보게 되는 나의 이상한 심리.


영화적인 것만 이야기하자면, 전편과 비슷한 실망... 뭐 그런 비슷한 것을 하게 되었다고 말해야 하겠다. 더 이상 이야기하면 영화를 안 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니 말할 수는 없고... 잘 가다가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갑자기 극단적인 이야기의 등장과 '자거 역할' (자꾸 이렇게 불러서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음. 넌 그냥 팔레스타인 버전 '자거'야, 오케이?) 캐릭터의 황당한 심적 변화에 이은 행동 변화 등등...

하지만 이번엔 지난 번보다는 더욱 쉽게 저들의 사랑에 집중할 수 있었다. 실제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사이의 평화를 염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영화 제작에 참여하였고,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팔레스타인 엑스트라는 가자 지구나 웨스트뱅크에서 차를 타고 몇 시간 동안 달려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게다가 팔레스타인 문제는 외부인인 우리가 봐도 매우 심각한 문제인데, 거기에 동성애 문제까지 더해지니 보기만해도 숙연해질 수밖에 없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실제 팔레스타인 게이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팔레스타인 내부에서도 명예살인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것을 피해 '그나마 gay-friendly'하다는 이스라엘로 도망친다 하더라도--일단 도망치는 것조차 생사를 넘는 일임은 말할 필요도 없고--법적인 지위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이스라엘 사회에서 공공연한 차별과 언제 잡힐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더 자세한 내용은 여기(영어)에 가셔서 좀 글을 뒤적여 읽어보시길 바란다. 또 한 가지 사실은, 사실 유럽의 여러 선진국에 비하면 이스라엘 자체도 동성애에 관한 여러 인식들이 '많이' 뒤쳐진다는 것)


The Bubble - Making of


영화보다 영화 외적인 것이 더 많이 남는 영화다.

1. 영화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은 증오와 폭력으로 뒤덮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떠나고 싶어한다. 어쩌면 이게 현재 이스라엘의 현주소일지도 모르겠다. 자기네들이 그렇게나 원해서 쟁취한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의 후손들은 역설적으로 그 땅을 떠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수 천 년간 싸워온 그들의 선조에 대해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2. 자거 역할... 아, 아니지, 아슈라프 역할의 배우 정말 너무 잘생긴 것 같다. 게다가 히브리어에 아랍어까지 완벽 구사. 와우... 영화 내에서도 잠깐 언급되지만, 아랍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이 하는 그 의례적인 악센트가 전혀 없고 (당연히 이스라엘 출신이니), 더욱 놀라운 건, 히브리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의 그 해괴한 아랍어 악센트도 전혀 없다는 점.

3. 한국이야 통일이 어떻게든 되고 한 몇 십 년에서 한 백여년만 흐르면 어떻게든 평화롭게 지낼 수 있을 거라는 꿈 같은 희망이라도 있지, 저 동네는 도대체 희망이 안 보이는 것 같다. 실제로 영화에서와 같은 여러 급진적인 단체나 다소 온건적인 정치 세력 등등이 변화를 이끌어내려 노력하고 있지만, 거센 현실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건 어쩔 수 없는 듯 하다. 하지만, 이런 조그만 시도들이 결국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거라고 믿어 본다.

4. 영어 자막이 인코딩 되어 있는 영화제 버전으로 보았는데, 번역이 아슬아슬한 부분이 눈에 띈다. 텔 아비브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지금 DVD가 항공편으로 오고 있긴 한데, 거기 영어 자막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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